
꿈의 망각
간밤의 꿈을 모두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깨고 나서 기억해 낸 꿈의 내용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설사 전체를 기억한다 해도 꿈이 표현하고자 하는 자초지종을 빠짐없이 되살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앞장에서 설명했듯이 결국 우리가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조각조각 잘려나간 그 단편들에 불과한 것이다.
일반인의 경우, 꿈에 발현된 수많은 영상들은 잠에서 깨어난 직후 대부분 사라지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몇 개의 단편들로 줄어들게 되는데 나중에는 그마저도 희미해져 밤새 꿈을 꾸었다는 사실만 겨우 기억해 낼 정도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꿈은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에 꿈의 중요한 부분을 제대로 되살릴 수 없어 꿈의 예지를 부정확하게 만들거나 아예 해석 자체를 무의미하게 하는 가장 큰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면 꿈은 왜 잘 기억되지 않고 쉽게 잊어버리는가? 혹자는 각성시의 망각원인이 되는 모든 요소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체험이 여러 번 반복되지 않는 것과 감정이 포함되지 않은 것, 그리고 결합 또는 집결되지 않은 표상들은 망각하기 쉽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꿈을 쉽게 망각하는 요인을 분석함에 있어 꿈의 표상에만 관련지으려 할 것이 아니라 생리기능의 결함여부를 먼저 관찰해야 할 것이다. 가령 술이나 마약에 취해 두뇌활동이 건전치 못한 사람, 지나친 정신활동으로 피로가 누적된 사람, 육체노동이 격심하여 눈을 감자마자 곧 깊은 잠에 빠지게 됨으로써 반수상태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사람, 한 가지 일에만 골몰해 있고 별다른 소원이나 근심이 없는 사람, 언제나 잠이 부족한 사람, 또는 꿈에 관해 관심이 없는 사람 등은 꿈을 잘 기억하기 어렵다.

반면 꿈에 관심이 많은 사람 • 꿈에 익숙한 사람 • 꿈을 연구하는 사람 • 정신노동자 • 야망에 불타는 사람 • 역경을 타개하고자 분투 노력하는 사람 • 신경쇠약증이 있는 사람 • 공상을 많이 하는 사람 • 소화불량으로 뱃속이 불편한 사람 • 수시로 잠을 잘 수 있는 사람들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꿈을 더 잘 기억해 낸다.
그런데 나는 꿈이 각성시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없는 근본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즉, 반수상태에 이르면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뇌 조직에 더 많은 영적작용(영자 에너지)이 가해짐으로써 의식의 감각지각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반응을 하게 되는데, 그 때문에 꿈의 기억들이 기억군에 편입되는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꿈의 기억을 방해하는 또 다른 원인은 잠을 깨자마자 외부로부터 밀려오는 현실세계의 일로 뇌 기능이 분주해져서 그 힘 앞에 꿈의 표상들이 밀려나기 때문이다. 즉 각성시의 강렬한 인상 앞에서 꿈의 잔상들이 태양아래 새벽별처럼 희미해지는 것이다.
잠을 깬 다음 꿈을 재음미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머리를 움직이거나 몸을 뒤척이면 혈액순환 등의 육체적인 조건이 영향을 미쳐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좀처럼 망각되지 않는 꿈은 극도로 통쾌하거나 극도로 불쾌하거나 하는 내적 자극, 즉 공포, 불안, 고통, 희열 등의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는 것들이다. 이런 경우 우리는 잠을 깨고도 그 감정의 여운이 한동안 지속됨으로써 꿈의 내용을 보다 더 선명하게 되살릴 수 있다. 특히 성적인 꿈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것은 본능적 욕구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것이므로 그에 상응하는 감정적 동요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신령이나 유령이 등장하는 꿈도 잘 기억되는데 꿈속에서 경외감이나 두려움이 유발되기 쉽기 때문에 꿈은 그 권능과 존엄성, 그리고 공포감 등을 재료로 삼아 어떤 암시적 의도를 강조하기도 한다. 신비스럽거나 과장된 것, 그리고 죽음이라는 표현 역시 극도의 정동을 환기시키므로 일반적으로 꿈을 기억하기 쉽게 하는 표상들이다.

반면 아무런 정동도 수반하지 않고 별다른 의미도 없어 보이는 평범한 꿈이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것은 신체적으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을 때이다. 잠을 깰 무렵에 꾸는 꿈은 그 강도와 상관없이 기억에 잘 남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꿈을 좀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의 현실에서 체험될 어떤 사건에 대하여 보다 더 정확하게 예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다. 미래를 미리 예견해 봄으로써 현재의 불안을 떨쳐버릴 수만 있다면 절망하지 않아도 되고 나아가 자기 운명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는가?
더구나 꿈을 통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영감을 얻으려는 사람은 가급적 많은 꿈을 기억해내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리할 것이다. 프로이트도 말했듯이, 꿈이 깨어 있는 동안의 지적 활동을 계승하여 낮에는 도달하지 못했던 결론을 내릴 수 있고, 의혹이나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으며, 예술가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꿈을 더 많이 오래 기억하려면 첫째, 꿈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이요, 둘째, 꿈을 기억하려고 애쓸 것이며, 셋째, 꿈을 자주 해석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방법은 잠이 깨자마자 꿈의 내용을 기록해 놓는 것이다. 꿈을 기억하기 가장 좋은 시점은 잠을 깬 직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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